좀비는 통증을 느낄까? 〈부산행〉의 좀비가 다쳐도 멈추지 않는 이유

아픈데도 계속 달리는 좀비를 광견병과 통증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봤습니다.

⚠️ 이 글에는 영화 〈부산행〉의 주요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타 설명

〈부산행〉의 좀비들은 넘어지고, 부딪히고, 심하게 다쳐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통증을 느끼지 않는 걸까요? 실제로 뇌와 신경계를 침범하는 광견병에서는 극심한 흥분과 행동 이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통증과 감각 이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저 좀비는 아픈 걸까?

〈부산행〉의 좀비를 보고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하나 듭니다.

사람이라면 넘어지면 아픕니다.

세게 부딪히면 멈춥니다.

심하게 다치면 움직이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좀비들은 다릅니다.

벽에 부딪혀도, 계단에서 굴러도 사람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좀비는 통증을 못 느끼는 거 아닐까?”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전혀 다른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말 아픈 줄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아프기는 한데, 몸이 멈추지 않는 것일까?

이걸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가 있습니다.

광견병입니다.


🧠 광견병에 걸리면 사람은 ‘좀비’처럼 변할까?

광견병은 뇌와 신경계를 침범하는 감염병입니다.

특히 흥분형 광견병에서는 극심한 불안과 흥분, 과도한 활동성, 혼란, 환각, 공격적인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부산행〉과 꽤 닮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건 따로 있습니다.

광견병 환자가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WHO는 광견병의 초기 증상으로 물린 부위의 통증, 따끔거림, 찌르는 느낌, 화끈거림 같은 감각 이상을 설명합니다.¹

즉,

흥분하고 공격적인데 아프기도 합니다.

광견병 환자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심한 감각 이상과 신경병성 통증이 관찰됐습니다.²

다시 말해,

뇌와 행동이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통증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부산행〉의 좀비를 다시 볼 때 재미있습니다.


😨 아픈데도 계속 움직일 수 있을까?

〈부산행〉의 좀비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몸이 다쳤습니다.

통증도 느낍니다.

그런데도 사람을 향해 계속 달려갑니다.

우리는 보통

아프다 → 움직임을 멈춘다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는 것과 통증 때문에 행동을 멈추는 것은 완전히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통증은 기본적으로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보에 가깝습니다.

그 경보를 느낀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즉시 행동을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뇌의 기능이 심하게 교란된 상태라면 통증을 느끼면서도 정상적인 행동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부산행〉의 좀비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아파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파도 멈추지 않는다면?


🧟 “통증이 없는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

그렇다면 영화 속 좀비에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① 정말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통증을 감지하거나 처리하는 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현실에도 선천적으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질환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통증이 없다는 것은 초능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몸이 다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워 반복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② 통증은 느끼지만 멈추지 않는다

통증 신호는 들어오지만, 그 신호에 따라 움직임을 줄이거나 위험을 피하는 정상적인 행동 조절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저는 〈부산행〉의 좀비는 이쪽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봅니다. 

광견병처럼 뇌를 침범하는 감염병에서도 

행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좀비 역시 통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기보다, 

뇌가 무언가에 지배당한 듯 정상적인 행동 조절을 잃은 모습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물론 이는 〈부산행〉의 좀비를 실제 신경계 질환에 대입해본 하나의 해석일 뿐, 영화 속 좀비가 실제로 이런 상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MedMovie 재수사 결과

좀비가 다쳐도 계속 움직인다고 해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광견병에서도 심한 흥분과 행동 이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통증과 감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¹ ²

그리고 〈부산행〉의 좀비들은 단순히 고통을 못 느끼는 사람이라기보다,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특정 행동에 계속 끌려가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통증이 없는 사람”보다는 “통증을 느끼지만, 그 통증에 따라 행동을 멈추는 뇌의 조절이 망가진 사람.”

실제로 좀비의 뇌가 그렇게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광견병처럼 감염이 뇌를 침범해 행동을 크게 바꿀 수 있고, 동시에 통증과 감각 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현실의 사례를 생각하면, 적어도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엉뚱한 상상은 아닙니다.

어쩌면 〈부산행〉의 좀비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통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무시한 채 몸이 계속 움직인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한 줄 요약

〈부산행〉의 좀비는 통증이 없어서 계속 달리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느끼더라도 멈추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부산행〉의학 시리즈

① 〈부산행〉처럼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감염병은 정말 가능할까? ①편 바로가기
② 목을 물리면 좀비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②편 바로가기
③ 좀비는 통증을 느낄까? 다쳐도 멈추지 않는 이유 ← 현재 글
④ 좀비가 된 사람의 의식은 남아 있을까? 〈부산행〉 속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④편 바로가기
⑤ 좀비는 피곤하지 않을까? 〈부산행〉의 좀비가 멈추지 않는 이유 ⑤편 바로가기
⑥ 좀비를 치료할 수 있을까? 〈부산행〉의 감염자를 되돌리는 방법 ⑥편 바로가기

※ 저작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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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Rabies. WHO Fact Sheet.
광견병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통증, 따끔거림, 화끈거림 등의 감각 이상과 흥분형 광견병의 임상 증상 참고.

2. Hemachudha T, et al. [광견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감각 이상과 신경병성 통증에 관한 연구].
광견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감각 이상과 통증, 신경계 병변과의 관계 참고.